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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질 수 없어 공사판에 명함 돌렸다는 사장님 “연 매출 9억 찍었습니다”

2021.10.13

현자들은 인생을 시계추에 비유하곤 한다. 오르락내리락 진자운동을 반복하는 시계추가 삶의 속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상승이 있으면, 하강이 뒤따르는 것이 섭리이며 반대로 하강이 있으면 반드시 상승의 순서가 찾아온다. 지금 자신이 어딘가로 끊임없이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이어 상승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슬픔도 없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더 좋은 때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경남 거제시 고현터미널 근처에서 어머니가 물려주신 음식점을 2년째 홀로 운영하는 황석현(29) 점주는, 자신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다름 아닌 ‘지혜’라고 말한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따듯한 짜장면 한 그릇 선뜻 내어주는 온정. 베풀고 나누며 사는 삶.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아무나 그럴 수는 없다. 지독한 하강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아래, 더 아래의 처지를 보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혜이며, 삶의 가치라는 것이다.


홍콩반점0410 거제고현터미널점 


◇ 무너진 가계를 일으켜 세우다

 

황석현 점주가 홍콩반점을 만난 건 2009년, 어머니 이행둘씨를 통해서다.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가장 역할까지 도맡으셨죠. 하지만 당장 생계 수단이 없었어요. 그때 마침 거제 디큐브백화점에 홍콩반점이라는 프랜차이즈 중식점이 입점하는데, 점주를 구한다는 게시물을 어머니가 보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홍콩반점이 유명해지기 전이라, 전국에 체인점이 몇 개 없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문득 도전하신 겁니다.”

 

홍콩반점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이라 매출을 인지도에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는 요식업 창업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던 그녀였다. 그런데도 그의 어머니 이행둘씨는 도전할 수밖에 없었다. 절박했기 때문이다.


모친 이행둘씨(왼쪽)와 황석현 점주(오른쪽) 


“뭐라도 좋으니 당장 시작해야 했었어요. 당장 이번 달, 다음 달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어머니는 그런 절실한 마음으로 홍콩반점을 시작하셨어요. 그게 홍콩반점0410 거제디큐브점이었죠. 사실 그 전에 어머니께서는 잠깐 전자제품 대리점을 운영하신 적이 있으셨어요. 자영업이 아예 처음은 아니셨는데도, 식당 영업을 시작하시고 처음엔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단순 판매업과 요식업은 차원이 달랐다. 자식들 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던 어머니의 곁에서, 그는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일찍부터 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창업 초기에 어머니께서 힘들어하시는 걸 볼 때는, 어린 마음에 ‘저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문을 연 지 2년 반 만에 집안의 빚을 모두 탕감하고, 어머니께서 기울었던 가세를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걸 보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홍콩반점은 저에게,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인생을 바꾸어 준 터닝 포인트’입니다."


다행히 매장은 성업했고, 창업한 지 8년만인 2017년 4월, 홍콩반점0410 거제고현터미널점을 추가 창업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홀 매출만으로 하루 5~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거제디큐브점을 오픈했을 때부터 1년, 2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고 계신데요. 오픈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인기가 있으니까 브랜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더군다나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 근처라, 위치적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매장을 양수받을 때, 별다른 고민은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가업이었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에서 열리는 창업설명회도 몇 번 찾아갔었죠.”



내내 모친의 곁에서 일을 돕던 황석현 점주는 2020년, 이행둘씨에게 홍콩반점0410 거제고현터미널점을 물려받은 후 본격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모친은 거제고현터미널점이 성업하자 앞서 오픈한 거제디큐브점을 양도하고, 남은 매장을 황석현 점주에게 맡긴 뒤 지금은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요즘에 부모님께서는 아주 좋으세요. 가끔 나들이도 다니시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계시죠. 힘들었던 만큼 보상받으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답니다. 아직은 세금 계산과 같은 부분에서 미숙한 제게 도움도 많이 주시면서,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 주세요.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죠.”



◇ 장사의 지혜, 삶의 지혜를 물려받다

 

오픈 초기 연 매출 9억 원까지 웃돌았던 홍콩반점0410 거제고현터미널점이지만, 코로나의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다. 2020년 여름, 어머니로부터 매장을 넘겨받은 황석현 점주는 30퍼센트 이상 떨어진 매출을 회복시켜야 했다.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어요. 뭐라도 해야 했죠. 그 예전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작정 일선에 뛰어드신 것처럼요. 그래서 주변에 명함을 돌리러 뛰어다녔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공사장을 특히 공략했죠. 외상을 달아도 되니까 많이 찾아달라고요. 그 덕분인지 이후로 공사장 작업자분들이 많이 찾아주십니다. 달마다 일정 금액을 미리 결제해 두고, (매장에서) 드실 때마다 제하는 형식으로 찾아주시는 업체도 있고요. 친절하다고 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확실히 전보다 늘었어요. 이제는 오픈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고 있어요. (연 매출) 9억까지 끌어올렸죠. 배달을 겸하면서 또 많이 올랐네요.”

 

상황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황석현 점주는 그의 어머니 이행둘씨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았다. 장사의 지혜, 삶의 지혜다.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황석현 점주 


“자영업자들이 으레 그렇듯, 저 역시 계산하는 것에 능합니다. 그러나 저희 어머니께서는 늘 ‘장사를 하지 말고 식당을 운영하라’고 제게 일러주시곤 하셨습니다. 너무 욕심을 내게 되면 길게 가지 못한다는 것이죠. 너무 이윤을 따지게 될 때마다 어머니의 조언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이들을 늘 도우셨어요. 예를 들면, 돈이 없고 배고픈 초등학생 네 명이 짜장면 두 그릇을 시켜 나눠 먹고 있으면 아무 말 없이 두 그릇을 더 내주시곤 하셨어요. 평소에 기부도 많이 하시고, 보육원 아이들을 불러 끼니 대접도 심심찮게 하셨어요. 너무 돈돈돈 하지말고, 남에게 베풀어야 그만큼 되돌아오는 게 삶이라고 가르쳐주셨어요.”

 

또한 그는 어머니로부터, 손님에게 베푸는 것은 조금도 아끼지 않으면서도 코스트(제반 비용)를 절약함에 있어서는 철저해야 함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꼼꼼히 기록하고, 낭비하지 않도록 장부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운영하시는 모든 점주분이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일주일 중 일주일을’ 매장에 있습니다. 신혼여행 말고는 쉬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매장을 비우면 어떤 식으로든 손해가 뒤따른다는 어머니의 조언 때문이죠. 그렇지만 힘든 만큼 결과가 따라오니까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사를 하지 말고, 식당을 운영하라는 어머니의 조언은 단순히 영업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식당은 점주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다. 발길을 끊지 않는 손님, 열심히 일하는 직원 그리고 매장의 사소한 이슈 모두를 아는 점주가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포스기만 들여다보며 매출에 급급하면 당장 눈앞의 1년, 2년은 무사할 수 있으나 롱런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와 같은 가르침을 준 것이다.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가족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준 홍콩반점0410 거제고현터미널점에서, 황석현 점주는 오늘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삶의 터전’을 열고 있다.